슬로베니아 교환학생

[슬로베니아 교환학생 #2] 유럽인이 보는 아시아인과 한국인

김지은(Judy) 2024. 11. 7. 23:45

  한국인은 참 눈치를 많이 본다. 스페인 사람인 룸메들은 내가 '이래도 괜찮니?', '저래도 되니?'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에게 매번 Don't worry라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내가 근심과 걱정, 고민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유럽에서 살 때는 뜻대로 되지 않아도 되고, 열심히 안 살아도 된다는 걸 많은 친구들이 보여주곤 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시선

  유럽 친구들은 Asian들이 대체로 근면성실해서 일을 정말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끝내주게 성실해서 어떤 회사에서든 똑똑해서 환영하는 편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슬로베니아에 있던 방글라데시에서 온 팟타이집 사장님도 하루 14시간씩 일하셨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아시아 사람들은 다들 수학을 잘하고, 일만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똑똑한 아시아 사람들만 유럽에서 살 수 있도록 받아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잘 보기 어려운 동양인들이 식당과 회사에서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첫번째 한국인 친구

  살면서 본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었으니 혈혈단신으로 멀리까지 날아온 내가 그들은 또 얼마나 내가 신기했을 것인가. 좋았던 점은 내가 한국인임을 밝힐 때, 탄자니아에서와 다르게 North Korea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날 자꾸 내가 North Korea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탄을 하자 그런 걸 물어보는 멍청이가 있냐고 반문하는 슬로베니아인들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한국이 경쟁이 심한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느날 한 교수님은 대한민국의 출산율과 집값을 언급하시며 나에게 대한민국에 희망(Hope)가 있는 것 같은지 물어보셨다. 나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이 깊어졌지만 각자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라 답변했다. 그 답변이 지금까지도 부끄럽지 않지만 지금은 좀 더 첨언하고 싶다. 나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각자 만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으며 인생의 정해진 과제가 아니라 자신 만의 의지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렇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길러졌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으로 슬로베니아에서 용감하게 지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