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드레드 머리를 하고 놀러 간 폭포. 지금 보니 패션이 매우...^^

 

3주 머리 안 감기 챌린지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우리에겐 공기 같은 PC방과 e-sports 경기 직관을 흥미로워했던 외국인들처럼 나도 탄자니아에서는 탄자니아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이런 성향 덕분에 인도에 가서는 헤나를 하고 왔는데 주변 사람들은 문신인 줄 알고 깜짝 놀라거나 무서워했다. 정작 본인은 <나루토>라는 만화의 칸쿠로가 된 듯한 기분에 신났는데 말이다. 아무튼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던 드레드 머리를 해보고자 결심했고, 직장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빠른 시일 내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드레드 머리란 오버워치의 루시우 같은 머리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내 머리로 정말 드레드 머리를 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 문제는 머리를 한 이후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머리도 못 감고, 푸는 데도 5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직장 친구들은 2주에서 1달에 1번 머리 스타일을 바꾸곤 했다. 나는 미용실을 1년에 1~2번 가는 편인데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겐 똑같이 보이는 드레드 머리도 종류가 20가지가 넘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거기에다 색깔도 다르게 하고, 15mm 되는 숏컷을 하고 오거나 머리를 펴서 생머리를 만들어오기도 했다. 드레드 머리를 하면 자신들의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가 생머리처럼 펴진다고 한다. 아 이 머리 이야기들은 대체로 여자들에게만 국한한 이야기다. 남자들은 내가 일한 5개월 동안 머리를 많아야 1번 자르고 오곤 했다. 대머리를 하고 다니거나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준에서 군대에 갈 만큼 짧은 머리를 하고 다녔다. 우리 문화권과 다르게 여기서는 대머리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드레드 머리를 하러 가다

  탄자니아에 가기 전에는 일기도 열심히 쓰고, 기록을 많이 남기고자 했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니 어느새 돌아갈 날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기억은 생생하다. 아래는 8월의 어느 날에 에버노트에 작성한 일기다. 

 

  제목 : 2017년 8월 19일

 

  달라달라(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봉고차 버스 - 필자 주)를 타고 집에서 출발해서 11시 50분에 Risala와 Irene(같이 일하던 동료들 - 필자 주)이 있는 미용실에 도착했다. Irene은 10시부터 드레드 머리를 시작해서 2시에 끝났다. 빨간 머리는 참 예뻤고, 나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미용실에서 드레드 머리를 하는 Irene

 

 

 

  그리고 1주일 뒤에 3명의 미용사가 달라붙어서 3시간 반 동안 내 머리를 땋아주었다. 인건비가 싼 나라다 보니 전날에 Irene과 산 가발 6,000원과 미용실비 16,000원으로 머리를 완성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드레드 머리를 한국에서 하려면 2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가발은 독특한 색깔로 해보고 싶어서 금발을 선택했는데 내 검은머리와 합쳐지니 조합이 이상했다. 보통 현지인들은 자신의 5cm 정도 되는 짧은 머리에 가발을 감아서 드레드를 만드는데 나는 이미 어깨 밑으로 10cm가 넘어가는 머리를 하고 있어서 가발과 내 원래 머리가 하나로 엮였다. 그러다보니 전체 부피가 일반 드레드보다 2배로 불어났고, 결국 머리 위로 똥머리를 얹게 되었다. 

  미용사들은 내 머리를 작은 빗을 갖고 여러 구역으로 갈라서 촘촘히 땋기 시작했다. 3시간 반 동안 미용사들이 머리를 계속 당겼고, 이마와 눈가가 뒤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주름이 걱정되신다면 드레드 머리를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리프팅이 장난이 아니다. 미용실에서 신기했던 건 파마용 기구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해본 사람만 아는 드레드 머리 후기

  장점은 눈에 확 띄고, 재밌다는 것이다. 이게 진정 내 머리인가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어딜 가도 사람들이 멋지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추석을 맞이하여 열린 아루샤 지역 한인 체육대회에서는 많은 한인 분들이 용감하다고 해주셨다. 그에 비해 단점은 머리가 너무 무겁고, 머리 못 감는다는 것이다. 머리 사이사이에는 비듬이 덩어리져 가고, 너무 간지러워서 가끔 긁기도 했는데 이가 안 생긴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직장 친구들은 빗으로 머리를 긁으라는 농담을 하고, 올리브 오일을 바르라는 조언을 주었다. 올리브 오일을 사서 발랐는데도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3주 정도 머리를 하고, 풀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미안해서 혼자 주말에 집에서 머리를 풀기 시작했는데 1 가닥도 푸는 것이 오래 걸려서 다 푸는데 총 5시간이 걸렸다. 머리는 꼬불꼬불했는데 감으니 바로 풀려버리고 말았다. 머리를 할 때 열을 가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머릿결이 망가져서 빗으로 빗을 때 머리가 중간중간 툭툭 끊기고, 여러 갈래로 갈리고, 소위 얘기하는 걸레가 되었다. 2번째 드레드 머리는 없었다.

 

 

 

아름다운 외모의 기준

  드레드 머리를 하던 3주 동안 많은 탄자니아인들은 내 머리를 보고 예쁘다고 해주었다.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스타일, 외모라는 것이 존재할까? 한국에 돌아와서는 탄자니아 대사님을 뵐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늘 다른 머리스타일을 하셨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전속 미용사를 두고 계신 것 같다. 머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특징인가 싶었는데 다른 아프리카 문화권에 사는 여자들도 대체로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 뿐만 아니라 얼굴이 덜 까만 사람이 예쁘다고 인식되고, 직장 친구들은 내가 쓰던 화장품이 화이트닝 기능이 있다며 갖고 싶어했다. 지인 분들은 차에 타고 가는 도중에 결혼해달라고 쫓아오거나 작업을 거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권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기준과 다른 문화권의 기준은 확실히 다를 것이다. 태국에 1달 동안 지냈을 때는 나의 무쌍과 작은 코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모두가 쌍커풀을 만든다고 얘기했더니 태국에서는 모두가 쌍커풀과 큰 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더 부럽다고 했다. 내 외향은 수술로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생긴대로 살기'로 다짐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과 다른 나의 다른 외모를 매력으로 봐주는 경험을 많이 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호감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내 외모를 비관하지 않기로 한다. 모든 사람에게 아름답고자 하는 기준은 맞출 수 없다. 내가 가진 것 그대로, 본연 그리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본다. 세상도 내 외모와 꾸밈 뿐만 아니라 내 다른 것들도 소중히 생각해주길 기대하며.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6/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