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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슬로베니아를 선택했니?'는 슬로베니아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이 자주 묻던 질문이었다. 그럼 나는 슬로베니아가 나에게 유일한 선택지였으며 인생에서 한번 쯤 오고 싶었던 유일한 나라였다고 답했다. 마치 아름다운 운명처럼 말이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다. 해외 살이가 궁금하기도 했어도 나는 부모님께 반 년의 경험을 위해 몇 천만원의 돈을 여쭤보기가 미안한 맏딸이었다. 유럽의 교환학생은 영어로 된 전공 수업이 없어서 공부를 안하고 놀고 오기만 한다는 먹지 못하는 신 포도 같은 이야기를 믿으며 아쉬움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지금은 대학교 때 한번 갔다 와볼 걸 싶어서 아쉽긴 하다. 그랬다면 20대를 덜 무리하지 않고 사는 지혜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이번 교환학생을 노련하게(?) 잘 즐기려고 노력했다.

 

슬로베니아를 알게 되다

TV나 광고를 봐도 갖고 싶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16년에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인상깊게 보았고, 그곳에 나오는 나라가 슬로베니아라는 걸 알았다. 조인성과 고현정의 애틋한 사랑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처연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8년에 동생과 함께 한달 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슬로베니아를 가볼 수도 있었지만 동선이 너무 길어져서 지나친 것은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그 이후로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슬로베니아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슬로베니아에 조인성은 없지만 내가 고현정으로 살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기회는 내가 만들어나가야 했다

어느날 대학원 수업에 청강을 하러 들어갔다. 교수님은 끝에 '슬로베니아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사람은 나에게 연락해라~'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수업을 떠나셨다. 그 이후 나는 우리 학교에서 슬로베니아에 처음 보내는 학생이어서 우여곡절의 신청 과정을 밟아갔다. 교수님께 이메일을 쓰고, 한달 동안 매주 확인 연락을 드리고, 사이트 오류로 인해 10번이 넘는 이메일을 교환하며 신청서를 작성하고, 국제교류팀을 3번 직접 찾아가 설득을 하고, 비자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비자를 받았다. 그 후로 무수한 오리엔테이션 서류 읽기, 서류 작성 및 신청, 숙소 구하기 등은 어떻게든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한번도 포기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지원했던 다른 학교들은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거나 특정 전공의 학생들을 원했기에 나와 결이 안 맞아서 합격 통지를 받지 못했다. 슬로베니아는 마지막 기회였고, 꼭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언젠가 슬로베니아가 나를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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