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교환학생 #3] 슬로베니아의 언어

슬로베니아와 영어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슬로베니아어를 쓴다. 그런데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영어를 매우 잘한다. 처음 슬로베니아를 가기 전에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슬로베니아는 영어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나라였다. 수업에 가도 교수님들과 친구들은 다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수업도 영어로 들었다. 나는 영어를 B2 수준까지 올리고 싶다면 가성비 있게 슬로베니아에서 유학이나 연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친구들에게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지 물었다.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일상의 다양한 부분에서 슬로베니아어 번역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애플은 기기에서 슬로베니아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영어로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보는 많은 콘텐츠들은 슬로베니아가 아니라 영어라고 한다. 그런 환경 때문에 학교에서 영어 스피킹을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다. 국민이 240만 명인 나라의 사람들이 가진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고, 인구가 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내수 시장 보다는 수출과 글로벌을 공략하다보니 나라 전체적으로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다른 문화에 굉장히 잘 스며들어서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느꼈다. 나는 영어를 B2 수준까지 올리고 싶다면 가성비 있게 슬로베니아에서 유학이나 연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슬로베니아어를 아시나요?

   슬로베니아에 가기 전에 슬로베니아어를 조금 공부했었다. 나는 지금도 농담으로 슬로베니아어로 바나나가 뭔지 사람들에게 묻는다. 슬로베니아로 바나나는 바나나다. 슬로베니아어에는 라틴어에서 베이스로 한 단어가 많고, 외래어도 많이 쓰는 듯하다. 가끔 슬로베니아어를 들으면 고유 명사를 영어처럼 발음해서 잘 알아들을 수 있어서 무슨 주제로 얘기하는지는 알 때가 있었다. 슬로베니아어에는 영어 알파벳에 č, š, ž라는 알파벳이 포함된다. 각각 ch, sh, zh라는 발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슬로베니아어가 어려운지 묻는 슬로베니아인들이 있었는데 나는 영어랑 비슷해서 쉽다고 답하곤 했다. 영어보다는 발음하는 게 쉽다. 스페인어처럼 모음들은 다 똑같이 아에이오우로 발음했던 것 같다. 슬로베니아어로 '감사합니다'는 Hvala[ㅎ발라]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는 Hvala za vašo pomoč. Hvala lepa[ㅎ발라 자 바쇼 포목. ㅎ발라 레파]라고 한다. 어찌보면 슬로베니아어의 발음은 영어랑 비슷해서 영어를 배우기 쉬운 환경인 것 같았다.

  슬로베니아어의 문법에서 신기했던 점은 슬로베니아어에는 '중성'이라는 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배웠던 것과는 다르게 실전에서는 다양한 단어와 문법이 많아서 지금도 슬로베니아어를 들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긴 하지만 이제는 슬로베니아어와 다른 나라 언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걸로 만족한다.

 

유고 슬라비아 왕국의 해체가 언어 생활에 미친 영향

  현재는 슬로베니아를 포함한 6개의 나라로 쪼개진 유고 슬라비아 왕국은 1200만 명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영어를 못하는 슬로베니아인을 이제까지 3명 봤다. 가판대 직원, 우체국 직원과 우체국 택배원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나이가 40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또 반대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라고 하는 나라에서 쓰는 크로아보스니아어를 할 줄 알 것이다. 내가 수업을 듣던 교수님도 크로아보스니아어를 할 줄 아셨고,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유고 슬라비아의 다른 나라 언어를 할 줄 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주로 쓰다보니 크로아보스니아어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온 친구는 나에게 자신은 슬로베니아어를 역사 속의 공산 정권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지역은 참으로 미스터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