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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평범한 길거리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하지 못하는 치안

  아프리카에 잠깐 있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곤 한다. 처음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땐 편견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여행으로 처음 가고자 했다면 나도 두려웠을 것이다. 그때는 국가 사업으로 파견되는 신분이었기에 나는 늘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고, 내 결정은 결코 대책 없이 무모하지 않은 셈이었다. 그렇지만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나의 모험심 때문에 파견 기관장님께 걱정을 끼쳤던 사실을 그 때는 알지 못했고, 훗날에서야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지금 그 분과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웃으며 뵐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한국은 새벽 3~4시에 길을 걸어다녀도 매우 안전한 나라다. 밤 11시까지 놀아도 되고, 해 뜨기 전에도 바깥 길을 나설 수 있다. 그에 따라 하루 가용시간이 매우 늘어나는 것은 큰 장점일 것이다. 반대로 해외 여행에선 대체로 밤에는 안 다니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치안을 일률적으로 점수로 매기긴 무척 어렵고, 치안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치안이라는 용어를 길거리에서의 물리적 범죄, 절도와 소매치기 등으로 한정하자면 한국은 매우 안전한 나라다. 한국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도 해외에 나갈 땐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치안 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가장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가해자다. 외국인이기에 표적이 된다는 사실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우리의 몸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한가한 낮에 버스를 기다리는 길거리의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위험했던 썰

  나에게 벌어지진 않았지만 5달 동안 들었던 사건들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탄자니아에 오기 전 안전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방심하다가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여러 사건들을 통해 다시 느끼곤 했다. 8월의 어느 날, 지인 5명과 함께 모시라는 옆 동네에 놀러갔다. 한 달만에 돈가스와 양념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 신났지만 식사를 하고 집에 가고자 하니 저녁 7시 반이었다. 어둡던 거리에 가로등은 띄엄띄엄 있으면서도 불빛이 아주 희미했다. 나를 포함한 6명은 인도를 일렬로 걸으면서 서로 앞 뒤에 사람이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아루샤에 있는 집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비슷한 시각에 우리가 지나갔던 그 거리에서 한국 여성 분이 혼자 길을 걷다가 배낭을 뺏으려는 오토바이 강도단에게 저항하다가 머리에 칼을 맞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현지인 분이 피해자 분을 도와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배낭으로 실랑이가 있다면 배낭을 뺏기는 편이 목숨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찔했고, 그 이후로는 되도록 밤에는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모시의 한국식당에서 먹은 김치찌개

 

  아루샤에는 NGO 단체 일로 체류하고 계신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에서 알고 지낸 분께 사고가 있었다. 어느 날 다른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 분은 현지인에게 받은 사탕을 먹고, 기절하셨다고 한다. 다른 용무로 오신 다른 분께서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20여 시간 후에 깨어나 보니 모든 소지품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보통 많은 사례 중에서는 주스를 먹지 말라는 경우가 많은데 사탕은 처음 들어서 나는 당혹스럽기만 했다. 보통 위험도란 나에게 사건이 일어나면 100%고,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면 0%라 하지 않는가? 현지인 친구는 손에 약을 묻히고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악수를 청하고, 그 사람이 코에 손을 대어 약에 의해 기절할 때까지 미행하는 수법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위험에 대비하여 세계를 여행하는 법

  프리카의 각 나라에 따라서도 치안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무법지대라 비난하거나 일반화할 순 없다. 그래도 치안이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나라들을 갈 때는 공통적으로 지키면 좋은 수칙들이 있다. 크게 5가지를 꼽아볼 수 있는데 1)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오기 2) 큰 길로 다니기 3) 여럿이서 다니기 4) 되도록 차를 타고 다니기 5) 공짜로 주는 것 얻어먹지 않기 정도가 있다. 이 5가지 정도만 지켜도 최소한 탄자니아라는 나라, 그리고 외교부에서 지정한 여행 유의 지역의 어떤 나라를 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차를 타고 다니면 안전하다!

  해가 지는 시간이 언제인지 모르겠다면 구글에 여행할 도시 이름을 넣어 '아루샤 일몰', '잔지바르 일몰' 등을 검색하면 여행하는 곳의 해가 지는 시간을 알 수 있다. 그때는 이렇게 쉬운 방법을 몰라서 직접 눈으로 일몰을 관찰했는데 탄자니아에서는 대체로 6시 반부터 7시 사이에 해가 졌던 것 같다. 그렇게 체크하고 길을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동네는 가로등도 없어서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야 하는데 길에서 누가 덮칠지 무서운 적도 있었다. 그나마 낮에 큰 길로 다니면 도움을 받을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여럿이서 다닌다면 강도단이 제압하기 쉽지 않기에 표적이 될 가능성이 낮다. 만약 밤에 나가야 하거나 평소에 길거리에서 말거는 사람들이 귀찮다면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좋다. 택시 운전사와 장기계약을 맺어 여행하는 경우도 많고, 차에는 블랙박스가 있으니 차 안에 있는 사람에게 큰 일이 벌어지는 일들은 드물다.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쉽게 던지는 호의를 조심해야 하는데 먹으라고 내미는 음식은 사양해야 한다.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위의 얘기처럼 큰 일이 나기도 한다.

 

 

낮의 무지개. 밤엔 한적해서 무서울 만한 거리.

 

  참고로 나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고, 봉고차 버스 노선과 오토바이 택시를 자주 이용했다. 만약 외국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현지 주민들이다. 그들은 외국인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고, 조심하기를 바라는 친절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탄자니아는 길에서 늘 강도단을 맞이하는 나라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차를 이용하면 더욱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위험하니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할까?

  남을 해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아닐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대체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구분 짓는다. 그리고 양심, 가치관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마음들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억누르고자 노력한다. 내가 본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내가 가본 상당수의 나라에서는 종교의 교리를 통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삼가고, 죄악시하도록 가르친다. 오히려 한국에선 어떻게 도덕, 윤리 의식을 지금껏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궁금해할 것이다. 유교 문화권에서 내려오는 전통은 우리에게 이제 어떤 의미가 되어가고 있을까? 각 종교의 가르침이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걸까? 또는 한국 사회에서 학습한 옳고 그른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것일까?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국이 위험하기 때문에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comfort zone이라는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 속에 있기보다는 자신의 경계과 견문을 좀 더 넓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 그러면서 나와 동행자들의 안전한 여정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도 자유롭게 나를 버리고 다시 세상을 담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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