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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에서 여행하기 :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킬로만자로 산

  내가 지내던 아루샤라는 도시는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현지인들도 관광업을 가장 큰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듯 했다. 길거리에서 "두유 원 투 고 사파리?"로 말을 걸며 호객하는 사람들, 팔찌를 사달라고 쫓아오는 아이들, 다른 영어는 못해도 "Welcome to Tanzania"만 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그들을 위한 것인지 늘 고민했고,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모른 척 지나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주 흔한 길거리. 누가 말을 걸거나 귀찮게 할지 모를 일이다.

 

  외국인들이 아루샤라는 도시에 방문하는 이유는 대체로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가거나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로만자로 산을 등반하기 위해서다. 길거리에서는 한국 분들도 가끔 만날 수 있었는데 유럽에서 5~6시간 비행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대체로 많았다.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사람들이 느끼는 아프리카의 체감상 거리는 비슷한 듯 하다.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고자 욕구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탄자니아라는 나라를 검색으로 처음 알게 됐을 땐 노다지를 발견한 것 같았다. 알고보니 그곳은 놀 것이 많은 관광지였다. 탄자니아로 출국하기 전까지는 여행이 주 목적인 양 틈만 나면 어딜 가고 싶은지 목록을 적어놓곤 했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펼쳐질 지 설렘이 쌓였고, 시간을 내서 놀러갈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실제로는 일이 바빠서 주말에 짧은 외출에 나서곤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고 싶은 건 짬을 내서 다 했기 때문에 큰 미련은 없다. 다음을 위해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남겨두었을 뿐이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라고 주장하는 코끼리 무리

 

 

사파리는 어떻게 가는가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파리는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라는 뜻이다. 현지인들은 국립공원 투어사파리로 묶어서 얘기하는 듯 하다. 한국인에게 국립공원 방문이란 대체로 등산과 동의어겠지만 탄자니아에서 지칭하는 국립공원은 대체로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구역이다. 흔히 탄자니아 현지인들이 사자, 코끼리, 원숭이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국립공원에 들어가야만 동물을 볼 수 있다. 지인들은 가끔 내가 길거리에서 사자를 타고 다녀봤는지 익살스럽게 물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랬으면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탄자니아인인 지인에게 경력이 긴 사파리 여행사를 소개받으니 설명도 잘 들을 수 있었고, 좋은 사파리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홍학이 많은 레이크 마냐라 국립공원.

 

  동물 떼는 우기와 건기에 맞춰 케냐와 탄자니아를 왔다갔다 하며 대거 이동한다. 그들을 보려면 시내를 출발하여 몇 시간 동안 드넓은 대지를 지나 국립공원으로 입장해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우리의 눈 앞에 코끼리와 얼룩말이 꼬리를 씰룩거리며 등장한다. 사자는 2주에 한번씩 사냥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체로 3박 4일 동안 가는 국립공원 투어에서 사자를 봤냐고 물어본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어드벤처를 직접 겪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차들이 만드는 먼지 속에서 수십 마리의 동물들을 직접 보는 것에 의미가 크다. 몇 시간 동안 지프차로 오프로드 같은 길을 느끼다 보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당일치기 여행이 체력소모도 적고, 딱 적절한 것 같다.

 

 

먼지가 흩날리는 흔한 사파리의 풍경

 

 

  동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 국립공원을 가는 것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몇 달 넘게 잠복하여 하이라이트만 편집해주고, 스토리도 만들어주는 게 훨씬 재밌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떻게 동물들의 생김새를 구분하여 이름도 짓고, 치정극 또는 복수극을 완성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럼 사람들은 왜 사파리를 갈까? 필요와 쓸모, 재미를 떠나 그 순간에 내가 이 풍경과 함께하고, 존재한다는 희열과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파리에 갈 때 빌려타는 지프차. 차를 빌리면 기사도 온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여행지에 산다고 매일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늘 답답할 때마다 지금을 즐기고자 노력했던 마음가짐은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는 원동력이었다.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 넬슨 만델라 과학기술대학교의 사택에서 살았던 시절에는 매일이 모험이었다. 시내에서 봉고차 버스를 타고 삼거리에 내려서 오토바이 아저씨의 뒤에 타고 집에 갈 때마다 늘 새로운 논밭을 지나곤했다. 엄청난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오토바이가 꼬꾸라질까봐,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을까, 무서운 일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오토바이 아저씨들은 프로였고, 꽤나 순박했다.

 

  지금은 그때 더 많이 산책하고, 룸메 선생님과 추억을 더 많이 만들 걸 후회한다.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탓에 도서관에 가거나 청강을 할 생각은 못하고, 집에 칩거하는 생활이 길어졌다.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고나니 에너지가 부족했고, 한국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게 방에서 하루종일 휴대폰만 했다. 어느날 문명5를 몇 시간 동안 깔고, 18시간 동안 하던 나의 모습이란.. 못내 아쉽다. 탄자니아에서의 씁쓸한 기억을 통해 추억을 어떻게 만드는가도 배웠다.

 

 

집에서 도마뱀을 잡고 지은 우스꽝스러운 표졍

 

우리에게 여행은 무엇인가

  내 일상을 다시 특별하게 바라보기 위한 수단으로 여행길을 떠나는 편이다.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게 느끼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이제는 여행을 가기 전까지 예전만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여행에도 새로운 할 일과 새로운 과제가 있을테니까.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 그러다보면 인간이 무엇이 같고 다른지를 발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찰할 기회도 얻는다.

 

  탄자니아 현지인들에게도 사파리, 즉 여행은 삶의 재충전이다. 현지인들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 좀 더 본받고 싶은 점은 일상에도 여유를 두고자 모두가 노력한다는 점이다. 회사 안에서도 춤을 추고, 티를 마신다. 삶을 위한 여분을 사파리 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두었기 때문에 늘 활기찬 것이 부러웠다.

너른 자연을 보는 게 사파리의 묘미이기도 하다.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다시 일상을 떠나 한달 동안 남미를 유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 속에 담아두던 6대륙 정복을 이뤄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생활도 긍정해본다. 한창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다가도 어떤 날에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한국에서의 오늘을 음미하고,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맛있는 음식과 사랑하는 사람들, 나 혼자 누구의 간섭 없이 유유자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2호선을 탈 때 등장하는 한강을 꿈꾸던 2017년으로 다시 돌아갈 때마다 지금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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