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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2017년의 이야기이므로 현재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애기를 나누면 그들은 'Where are you from?'을 늘 묻곤 한다. 한때 탄자니아에서 지낼 때는 'Where are you from?'을 묻는 사람들을 대체로 경계하는 편이었다. 왜냐면 출신 국가 얘기를 하며 억지로 친해지려 한다는 게 느꼈기 때문이다. 친해지고 싶어한 이유는 대부분 나를 자신의 물건이나 여행 상품을 사주는 친구로 만들고 싶어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런 꼬인 마음이 풀렸지만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대체로 빠지는 2가지 이야기 레파토리 패턴이 있다.

 

첫번째, North Korea

  탄자니아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은 꽤 위험한 나라로 알려진 것 같다. 북한의 지도자를 비하하기도 하고, 그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얘기하는 탄자니아 사람도 있다.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고 알려주곤 한다. 예전에 누군가가 우스개소리로 많은 해외 가수들이 내한을 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이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 적이 있다. 해외 언론에서 한국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었다. 북한 문제를 해외에 와서 더 많이 듣고, 깊게 고민했던 것 같다.

 

두번째, 한국 드라마

  특히 여성 분들 중에서 탄자니아에서 주몽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2015년에 태국에 갈 때는 대장금이 열풍이었는데 주몽이라니.. 팬미팅을 하면 얼마나 올지 궁금해졌다. 어느 날 한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알고 있는 한국 드라마를 모두 얘기해달라고 했다. 구가의 서, 에덴의 동쪽, 꽃보다 남자 등 추억의 드라마 이름이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졌다. 많은 탄자니아 사람들에게 들어본 한국 드라마들의 공통점을 보니 배우 이민호씨가 매우 유명한 것 같았다. 웃긴 점은 배우 이름을 알려주니 이름은 관심 없고, 잘생겼다는 게 중요했다. 의외로 어쩐지 길을 지나가다보면 익숙한 표지의 DVD 꾸러미를 파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10년 정도 된 한국 드라마들이었는데 불법으로 판매하고 있어서 씁쓸했다. 얼른 탄자니아에서도 한국 IP 가치가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

 

 

지금 한류 열풍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날 휴가철에 간 잔지바르의 댄스 클럽에서는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왔다. 사람들은 말춤을 췄고, 많은 사람들이 말춤을 안다는 게 신기했다. 춤을 잘 추지 못해도 모두가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지금은 BTS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2017년에는 BTS를 이야기하는 탄자니아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사람으로서 해외에 지내다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 그럴 때마다 부담스럽지만 특정 문화의 소수자로서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K-POP으로 나라를 빛내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빛과 능력으로 주변을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늘 다짐해본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다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큰 가치가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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