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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대학원 1학기를 마친 첫 방학,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멕시코에 갈 날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어마어마한 비행기 값에 놀라서 비행기 발권을 미뤄두고 있었다. 과연 멕시코에 가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긴 고민 끝에 6월 말 쯤이 되어서 거금을 주고서라도 가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비용 지원을 해준다고 하기에 기대를 했는데 일부만 주셔서 고민이 좀 더 길어졌던 것도 있다. 물론 지원을 받기 위해 고생해주신 교수님들과 비행기값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왜 이번에는 멕시코인가?

  대학원 수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포럼이 멕시코에서 열린다고 했다. 4일 간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안내를 4월부터 받았는데 막상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돈은? 시간은? 비행기를 끊을 때 한국에서의 일정을 고려하여 2주 간으로 짧게 여정을 잡았다. 일주일은 여행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일주일은 포럼을 참석하며 한 학기 동안 고생한 팀원들과 재밌게 지내기로 했다. 학회였다면 더욱 재밌었겠지만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 여행 생각에 설레기만 했다. 포럼 전에 멕시코 시티에 들러서 현지 친구를 만나서 잠시 놀고, 푸에블라라는 도시에 계속 있을 계획이다. 지인들에게 멕시코 여행을 밝히니 지인들이 탄자니아에 다녀올 때보다 더 많이 걱정하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부모님께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눈치셨다. 사람들과 함께 다니니 괜찮다고 안심시켜드렸고, 여행유의 지역에 가니 조심하기는 해야겠지만 사람 사는 곳이니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걱정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이유

  2월부터 스페인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남미 여행을 언젠가 해보겠다는 꿈을 안고 일주일에 한번씩 과외를 받았다. 지금은 미래형과 과거형을 공부 중인데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스페인어를 써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친구A의 멕시코 현지 친구도 오랜만에 연락을 했더니 내가 친구A보다 스페인어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었다. (아마 친구A는 이 글을 보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어 선생님은 푸에블라에 사는 친구를 소개해주었고, 그 친구와는 한국어로만 대화하고 있다. 만나면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지 기대된다.

  6월 말의 내가 선견지명을 가진 걸 수도 있겠지만 2022년 7월의 나는 좀 많이 힘들었고, 지쳐있었다. 할 일은 많지만 정신이 없고, 에너지가 낮은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일상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해외 여행을 가야하는 건 아니지만, 무엇이든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올해의 스케줄을 봤을 때 지금쯤이면 좀 쉬어줄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보기도 했다. 이번 포럼과 연결된 대학원 수업에서는 늘 내가 발표를 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이번 발표도 내가 해야한다는 일말의 책임감도 느꼈다. 이런 마음으로 여행 날짜가 올 때까지 주섬주섬 주의 사항과 코로나 관련 서류를 챙겼다. 

 

오랜만의 여행에서 벌어진 어려움

  2년 6개월 만의 해외여행이라니.. 2달에 한번 비행기를 타던 과거가 흐릿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두려워졌다. 가서 비행기를 못타는 건 아닐까? 도적떼를 만나는 것은 아닐까? 환전을 얼마나 해야할지 모르겠고, 수하물에서 문제가 생길까 무서웠다. 그래도 극복해야 한다고 믿고 내가 놓친 건 없는지 계속 돌아보았다.

  짐을 싸려는데 위탁수하물을 추가하려면 수십만원을 추가해야 했다. 오기가 생겨서 5kg 기내 수하물에 2주 치의 짐을 다 가져가기로 했다. 배낭 여행이 될 터였다. 필요한 옷과 화장품만 챙겨보니 딱 5kg가 나왔다. 이제까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무거운 캐리어를 끌었는지 생각하니 현타가 왔다. 거실에 가족들이 모여서 온갖 잔소리와 함께 짐을 싸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찍 잠에 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듀근듀근! 아 잠이 안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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