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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7시 4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갔다. 아버지가 공항까지 태워주셨는데 전날까지만 해도 택시를 타고 가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 택시를 타야겠다고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는 지인 분께서 카카오T 택시비를 선물로 보내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연애(?)와 관련한 의도는 전혀 없음에도 아버지는 누가 그렇게 해주냐면서 신기해하셨다. 주변에 참 감사한 사람이 많고, 그 감사함에 항상 다른 방향으로도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탑승 불가라니

  내 일정은 일본과 미국을 통해서 가는 것이었다. 일본을 나갔다 들어오는 자가 환승이어서 일본 비자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6월 말에 비행기 티켓을 파니 7월 말에는 괜찮을 것이란 순진한 생각을 했다. 막상 체크인 카운터에서 티켓 발권을 거절당하니 당황스럽고, 멕시코에 가지 못할 것임이 실감났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이었으니 나는 이미 비자가 있다고 착각했고, 이제껏 일본에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건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걸 너무 늦게 떠올린 것이다. 결국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인천공항에서 잠깐 망연자실했다. 일본으로 개인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뉴스 기사 소식을 꼼꼼히 생각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고, 검색을 할 때 좀 더 자세히 봤어야 했다. 

  다음 비행기를 바로 찾아봤다. 바로 당일에 출발하는 유나이티드 항공이 있었다. 다른 날들은 더 비쌌으니 오늘 출발해야만 했다. 고민했다. 170만원을 더 주고서라도 멕시코를 갈 것인가, 그냥 이대로 집으로 갈 것인가. 보통의 나라면 포기하고 집으로 갔겠지만 며칠 전 앞으로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 터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가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중에 추억으로 여길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면서 비행기를 구매했다.

 

12시간의 공항 대기

  아침 6시에 공항에 왔는데 타야 할 비행기는 오후 4시였다. 게다가 비행기가 2시간 연착되어서 오후 6시에 비행기에 탑승해야 할 터였다. 12시간 동안의 공항 스테이가 시작되었다. 첫 6시간 정도는 콘센트 앞에서 글을 쓰고, 밀린 일을 하면서 보냈다. 시간은 꽤 금방 갔다. 마치 스터디 카페에 와서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옆자리 사람들은 계속 바뀌고, 아침에 붐비던 공항은 한산해졌지만 혼자서 공항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하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문득 미국에도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결심으로 불안함을 받아들였다.

  점심을 먹을 시간에 마침 라운지 입장이 가능한 카드가 있어서 처음으로 공항 라운지를 방문해보았다. 검색해보니 1터미널에 라운지는 총 6개가 있는데 지금은 스카이패스, 마티니 총 2개만 운영하는 듯 했다. 라운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깐 졸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카드가 있으면 가볼만 하겠지만 39달러로 제 값을 주고 가기에는 너무 비싼 것 같았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어졌다.

  3시간의 라운지 대기 시간이 끝났고, 게이트에서 잠시 잠을 자다가 비행기에 들어갔다. 장거리 비행은 오랜만이다. 그리고 3년 만의 미국이었다.

 

과연 괜찮을까? 괜찮을거야!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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