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와 영어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슬로베니아어를 쓴다. 그런데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영어를 매우 잘한다. 처음 슬로베니아를 가기 전에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슬로베니아는 영어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나라였다. 수업에 가도 교수님들과 친구들은 다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수업도 영어로 들었다. 나는 영어를 B2 수준까지 올리고 싶다면 가성비 있게 슬로베니아에서 유학이나 연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친구들에게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지 물었다.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일상의 다양한 부분에서 슬로베니아어 번역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애플은 기기에서 슬로베니아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영어로 애..
한국인은 참 눈치를 많이 본다. 스페인 사람인 룸메들은 내가 '이래도 괜찮니?', '저래도 되니?'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에게 매번 Don't worry라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내가 근심과 걱정, 고민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유럽에서 살 때는 뜻대로 되지 않아도 되고, 열심히 안 살아도 된다는 걸 많은 친구들이 보여주곤 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시선 유럽 친구들은 Asian들이 대체로 근면성실해서 일을 정말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끝내주게 성실해서 어떤 회사에서든 똑똑해서 환영하는 편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슬로베니아에 있던 방글라데시에서 온 팟타이집 사장님도 하루 14시간씩 일하셨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아시아 사람들은 다들 수학을 잘하고, 일만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있었..
'넌 왜 슬로베니아를 선택했니?'는 슬로베니아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이 자주 묻던 질문이었다. 그럼 나는 슬로베니아가 나에게 유일한 선택지였으며 인생에서 한번 쯤 오고 싶었던 유일한 나라였다고 답했다. 마치 아름다운 운명처럼 말이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다. 해외 살이가 궁금하기도 했어도 나는 부모님께 반 년의 경험을 위해 몇 천만원의 돈을 여쭤보기가 미안한 맏딸이었다. 유럽의 교환학생은 영어로 된 전공 수업이 없어서 공부를 안하고 놀고 오기만 한다는 먹지 못하는 신 포도 같은 이야기를 믿으며 아쉬움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지금은 대학교 때 한번 갔다 와볼 걸 싶어서 아쉽긴 하다. 그랬다면 20대를 덜 무리하지 않고 사는 지혜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이번 교환학생..
멕시코 시티는 2천 만 명이 사는 대도시다. 한국처럼 대중교통, 병원, 식당 등 대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사람이 많다는 느낌이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KFC, 맥도날드, 서브웨이, 공차가 있어서 반가웠다. 치안에 대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길거리와 상점을 갈 때마다 경찰 또는 보안 요원들이 서서 감시를 했고, 버스에는 여성 전용칸이 있었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는다면 멕시코 시티는 매력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일정 상 1.5일을 멕시코 시티에서 보냈고, 멕시코 시티에서 인상깊었던 3가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멕시코의 볼거리와 먹거리 멕시코와 한국은 시차가 14시간이다. 그래서 오전 10시부터 살짝 졸리기 시작했다. 그래..
유나이티드 항공의 멋진 서비스 유나이티드의 10시간 비행에서는 총 2번의 기내식과 간식이 있었고, 이제까지 타본 비행기 중에서 가장 서비스가 좋았다. 맥주와 음료수를 요청하면 캔을 통째로 주고, 음식 맛도 매우 좋았다. UX를 공부한 사람이다보니 기내 엔터테인먼트 스크린에 관심이 갔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인터랙션이 깔끔하고 친절했다. 기내식을 언제 주고, 소등과 점등을 언제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는 항공사는 처음이었다. 스크린 내에 휴식 모드가 따로 존재해서 편리했다. 인터랙션의 반응 속도도 매우 빠르고 정확해서 다시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좋은 항공사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비행이였다. 인생사는 새옹지마라더니 '언제 또 이런 좋은 비행기를 타보나' 싶었다. 여행 친..
[주의] 2017년의 이야기이므로 현재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애기를 나누면 그들은 'Where are you from?'을 늘 묻곤 한다. 한때 탄자니아에서 지낼 때는 'Where are you from?'을 묻는 사람들을 대체로 경계하는 편이었다. 왜냐면 출신 국가 얘기를 하며 억지로 친해지려 한다는 게 느꼈기 때문이다. 친해지고 싶어한 이유는 대부분 나를 자신의 물건이나 여행 상품을 사주는 친구로 만들고 싶어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런 꼬인 마음이 풀렸지만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대체로 빠지는 2가지 이야기 레파토리 패턴이 있다. 첫번째, North Korea 탄자니아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은 꽤 위험한 나라로 알려진 것 같다. 북한의 지도자를 비하하기도 하고, 그를 정..
아침 7시 4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갔다. 아버지가 공항까지 태워주셨는데 전날까지만 해도 택시를 타고 가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 택시를 타야겠다고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는 지인 분께서 카카오T 택시비를 선물로 보내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연애(?)와 관련한 의도는 전혀 없음에도 아버지는 누가 그렇게 해주냐면서 신기해하셨다. 주변에 참 감사한 사람이 많고, 그 감사함에 항상 다른 방향으로도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탑승 불가라니 내 일정은 일본과 미국을 통해서 가는 것이었다. 일본을 나갔다 들어오는 자가 환승이어서 일본 비자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6월 말에 비행기 티켓을 파니 7월 말에는 괜찮을 것이란 순진한 생각을 했다. 막상 체크인 카운터에서 티켓 발권을 거절..